1. 쓸 데 없는 이야기로 시작

올해 필룩스 미국 자회사인 바이럴진 임상 소식을 들은 뒤 수급만 보고 다른 사업이나 재무는 확인하지 않고 들어가서 수익을 냈다. 

게시판은 가즈아! 분위기였지만 5000원대 주식이 6000원, 7000원 올라가니 고점인 것처럼 느껴져서 오래 못 가지고 있다가 팔았는데 9000원 1만원까지 올라갔다. 

아쉬운 마음에 주가가 8000원대 왔을 때 다시 충동구매를 했다. 잘 모르면서 운 좋게 수익을 냈던 종목에 다시 들어가서 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운은 계속될 거라고 믿으면 안 된다. 운이 계속되면 운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 외양간 고치는 기분으로 회사를 살펴본다. 

 

 

2. 차트

내가 샀던 지점을 표시해봤다. 

차트를 길게 보면 2018년 3, 4월에 급등해서 3만원까지 갔다가 하락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2018년 당시 거래량보다 2019년 10월부터의 거래량이 거의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8년 3월 상승도 바이오 산업 진출 기대 때문이다. 

필룩스는 2018년 3월 8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서 미국 Coagentus Pharma, LLC로부터 미국 바이럴진 지분 62.34%을 인수하기로 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고 그 때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인수가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곧 재료가 소멸하면서 자연스럽게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필룩스는 2018년 5월 23일, 미국 바이럴진의 지분을 2018년 5월 28일 실제로 인수한다는 공시를 냈는데 이 때는 이미 재료가 소멸해서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며칠간 13000원대에서 17000원대까지는 움직였다. 사실 이것만 해도 30%상승이다. 그리고 이후에 수익을 내거나 물렸던 사람들은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왔다. 

*이런 부분은 기업 인수로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 공통적인 점 같다. 뉴스로 이미 한 번 급등했다가 하락한 상태에서, 실제 유증납입이나 지분인수 시점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는 주가가 짧게 반응할 뿐 오래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3. 사업

LED 조명(감성조명)이 주생산품목이다. 감성조명은 품목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사업분야가 넓다. 부품사업, 건설업, 부동산업, 인테리어, 공사 용역도 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조명사업보다는 기타사업(건설업, 부동산업, 인테리어, 공사 용역)으로 인한 수익이 더 크다. 

 

 

 

조명사업을 바탕으로 부품사업, 부동산 관련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재무제표

본업인 조명사업으로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던 회사였다. 

2018년은 영업이익도 줄고 신규사업 투자비용으로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지만, 2019년 매출은 다시 늘고 있고, 바이럴진 인수로 투자비용이 늘어났더라도, 전반적으로 재무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5. 특이사항 

필룩스는 2016년에 경영컨설팅회사인 블루커넬/블루비스타가 인수해서 미국 바이오 회사를 인수한 뒤 2019년에 삼본전자에 매각한 회사다. 

괜찮은 중소기업을 인수해서 착착 구조조정을 하고 바이오 회사를 인수해서 엄청 빨리 차익을 보고 판 것이다. 

필룩스는 2018년부터 신사업 진출을 하며 대표이사도 변경했다. 건설회사 출신 한상희 씨가 물러나고 1977년생 젊은 회계사 출신의 안원환 씨가 선임되었다. 기사를 보면 신약 개발 자금조달을 위해 재무전문가를 선임한 것이라고 하는데, 자금조달을 위해 회계사를 선임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블루비스타 쪽에서 선임한 인사로 보인다. 

안원환 대표이사는 필룩스를 삼본전자에 매각한 뒤 사임했다.

현재 대표이사는 삼본전자 부사장인 한우근 씨다. 한우근 씨는 차바이오텍 CFO 및 부사장, 한국산업증권 경제산업조사팀/투자전략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재무 쪽 인사다. 

 

 

6. 일단 정리

사실 필룩스 주가에 지금 당장 영향을 미치는 건 미국 바이럴진 뉴스고, 그걸 찾아보고 싶어서 글을 시작했는데, 길어져서 다음 글로 미뤄야겠다. 

일단 지금까지 확인한 것을 정리하면, 최근의 주가변동이 너무 수상해서 이상한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는 특히 본업인 조명/부품 쪽에서 잘 운영되고 있고, 재무도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경영컨설팅 회사가 너무 빨리 치고 빠졌다는 점이 여전히 우려된다. 여기서부턴 내 주관적인 의견이고 지금 단계에서 궁금한 점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경영컨설팅회사는 필룩스를 사서 본업과 전혀 무관한 바이오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미국 바이오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필룩스를 매각했다. 

사실 전통적인 제조업을 하던 회사들도 바이오 회사를 인수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젬백스가 대표적인 회사다. 그런데 젬백스와 필룩스의 차이점은, 젬백스는 오너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바이오 회사를 인수한 뒤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이고, 필룩스는 경영컨설팅회사가 필룩스를 사서 바이오 회사를 붙여놓고 곧바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기존 블루커넬/블루비스타는 젬백스 오너와 달리 바이럴진의 임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바이오 산업은 당장 결과를 볼 수 있는 산업이 아니고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핑계가 많은 산업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나 경영컨설팅회사(사실 경영컨설팅회사가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가 질러놓고 도망가기 쉬운 분야다. 

좋게 보면 정말 작은 제조업 회사를 인수하고 구조조정해서 유망한 바이오 회사로 만들어준 것이고, 나쁘게 보면 본업과 상관 없이 팔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서 팔아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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