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다리에서 안고 있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부터 시작. 

하지만 응원하고 싶진 않았던 커플이다. 나이 차이가 26살 차이 나는 커플인데, 남자 쪽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 여자가 마음을 열었지만, 실제로 남자가 별로 어른스럽지도 못했고 솔직하지도 못했다는 느낌. 

 

 

아야노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잘 맞춰주는 성격이다. 남을 맞춰주고 상대의 말에 동의하거나 맞장구를 치는 게 몸에 밴 습관인 것처럼 보였다. 어색한 상황에서든 심각한 상황에서든 수시로 웃으면서 분위기를 깨뜨리고 말을 꺼낸다.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도 잘 웃는데, 일단 웃고나서 말을 시작하는 편이다.

내가 그런 성격이어서 아야노의 행동이나 마음이 너무 눈에 보였다. 

자신이 남들에게 오해를 잘 받는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이해됐다. 이런 성격은 밖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치졸한 감정을 포함해서 인간적인 감정을 그다지 많이 드러내지 않는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솔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성격을 가식적이라고 느끼거나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쉽다. 

그런데 아야노는 나름대로 솔직하다. 다만,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뿐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 자기가 그 감정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아직 깨닫지 못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많이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억눌린 부분도 많아 보인다. 

아야노가 잘 맞춰주는 타입이라 두루두루 남자들과 케미가 좋다. 유다이와도 즐겁게 대화하지만, 유다이는 썩 호감을 느끼지 못한 듯. 특히 아야노의 맞장구가 몸에 밴 것처럼 누구에게나 습관적으로 똑같이 하는 말이라 아야노를 신뢰할 수 없다고 느낀다. 

모리와도 분위기가 좋았다. 두 사람이 만났으면 별 무리 없이 만나지 않았을까. 

모리는 아야노에게 단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아야노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리도 자기 기준이 완고한 사람이라 차라리 단점이 없는 단정한 사람과 만났으면 잘 지냈을지도 모르지만,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연애할 수 없지. 모리는 그렇게 단점마저 귀여워보이는 미나미에게 간다. 

 

쇼는 진지하게 아야노를 좋아했다. 아야노도 쇼의 청혼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 슌타로가 끼어들어 고백하는 탓에 청혼 거절. 쇼가 슌타로보다는 아야노를 더 잘 이해해주고 기다려줬을 것 같은데 아쉬운 일. 

 

마성의 남자 슌타로는 56세의 컨설턴트.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욕심부리는 거면서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 보기 싫다.

슌타로는 처음부터 아야노를 좋아했지만, 직접 호감을 표하지 않고, 아야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환심을 사려 했다. 환심을 산다는 표현이 음흉해보이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아야노는 슌타로가 자신을 좋아해서 잘해준다고 생각지 못하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 특히 아야노의 억눌린 감정을 슌타로가 알아주고 건드리고 위로하면서 아야노는 슌타로를 통해 위로받고 구원받은 것 같다고 느낀다. 

현인처럼 좋은 말 대잔치. 하지만 지키지 못할 말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상대의 심리를 더 잘 알고, 상대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잘 배려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자기 감정이 우선이고 기다리기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 오히려 마음의 깊이가 다른 상대를 만나면서 상대의 마음이 열리기를 오래 기다리는 건 어리고 열정이 있을 때 더 가능한 일 같다.

 

그러나 슌타로는 아야노가 쇼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히자, 뒤늦게 고백한다. 결정하신 분이 있느냐는 아야노의 질문에 어제까지 우리가 약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안 돼. 구원받은 느낌을 주는 남자를 만나면 안 돼. 

연인이 삶을 구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연인에게 구원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고마워서 만나도 안 되고.

누군가가 내 인생을 구원했다고 느끼게 한다면 이상적인 연인이기보다는 정직하지 못하고 꿍꿍이가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이상한 연애를 했던 경험이 있는 건 아닌데, 연애가 아니라 보통의 인간관계에서 나를 일방적으로 돕고 구원한다는 느낌을 주려는 사람은 대체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 구원하고 싶었다면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끝까지 상냥하게 보살펴만 주든가. 

아무튼, 관계는 대등해야 한다. 

 

고백을 받은 아야노는 존경하는 마음이 애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안 돼. 그냥 존경만 하세요. 

슌타로의 고백. 진심이겠지.

내가 곱지 않게 보는 게 나이 차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슌타로는 아야노가 다른 사람과 잘 되기를 빌고 보살펴주다가 뒤늦게 자기 마음을 깨달은 게 아니다. 그냥 보살펴주는 것이 효과적인 구애의 방법이라고 믿고 최선을 다해서 아야노에게 구애한 것이다. 난 이게 너무 별로더라고.  경험과 연륜의 차이가 있어서 심리적으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그 점을 이용해서 구애하고 경계를 허물어뜨린 게 뭔가 정직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하나도 표현하지 않았는데 아야노가 넘어오지 않자 포기할 무렵, 막판에 아야노가 먼저 만나고 싶다고 하고 (다른 남자와 약혼할) 결심을 했다고 말하자 고백해버린 느낌. 

하지만 아야노 감동. 

 

고백을 받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움직인 적 없다며 눈물바다. 

끌림이 있었겠지. 

청혼하는 날. 출연자 중 가장 큰 꽃다발을 준다. 

약혼하면 이렇게 축하해주는 동료들이 있는 것 너무 좋다. 

남자들도 슌타로를 축하하는데, 오다치는 왜 자기가 안겨서 저렇게 우는 건지. 

연적에게 패한 쇼. 쓸쓸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안고 축하해준다. 브로맨스. 

긴장하며 벗꽃다리로 가기를 기다리는 아야노. 

아야노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파란색이 잘 어울리네요."라고 상대를 칭찬하면서 분위기를 맞추는데, 이런 데서 남에게 잘 맞추는 아야노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떨리고 긴장되는 자기 감정에 충실하기보다 습관적으로 상대를 칭찬하고 먼저 맞춰주는 성격. 

포옹. 사실 여기까지 슌타로가 어른스럽게 아야노를 잘 보살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연인은 나이 차이가 나도 그냥 연인이다. 자기를 더 배려해주기를 바라고, 자기를 더 사랑하고 더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건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마찬가지. 그런데 상대가 구원받았다고 느낄 정도로 어른스러운 캐릭터로 접근해놓고, 막상 연애를 시작한 뒤 또래 남자들과 마찬가지인 모습을 보이는 건 반칙 아니냐며...

아야노는 슌타로 실물이 멋져 마음에 들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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